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

@빙글이 · August 04, 2024 · 8 min r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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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내놓기 부끄럽지만 10년을 개발자로 살아왔습니다. 그 동안 회사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고, 운영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바쁘다는, 힘들다는 다양한 핑계로 안전 영역에 머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프로그래밍 언어, 프레임워크와 라이브러리들, 인프라까지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습을 해왔습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겉핥기로 빠르게 적용만을 하기 위한 학습을 해왔습니다.

안전 영역에 강제로 벗어나게된 시간 외에는 의도적인 깊은 고민은 적었습니다. 시간을 핑계로 문제 해결을 위한 얕은 고민. 다른 동료들의 깊은 고민에서 얻게된 작은 이해 정도.

개발자의 근간이 되어야할 탄탄한 기본 지식과 호기심도, 스스로 쌓아 나갔어야할 개발 철학도, 개발자로서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도, 이로 인해 누군가 이끌 능력도. 도미노 처럼 천천히 점점 더 크게 무너졌습니다.

시간은 흘렀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조금의 인정을 받으며 알량한 자존심을 채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의 자아가 무너져 가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흘러가는 시간을 스스로의 성장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서의 깊은 고민은 필자의 매우 주관적인 표현입니다. "적용을 위한 학습수준에서 더 나아가, 해당 기술 적용의 타당성, 기본과 원리, 발전 과정과 안고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을 의미합니다. 이 조차 누군가에게는 얕은 고민이고 당연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구만 정도로 넘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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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좋게 봐주신 이전 동료 개발자분의 추천으로 좋은 회사에 면접을 보게되었습니다. 질문과 답변들이 오갔는데, 내 답변에는 기술은 없고, 상황과 경험만이 있었습니다.

사소한 기술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못하기도 하고, 적용한 기술에 대한 기본과 원리 조차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스스로 무논리는 아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적용해본 기술을 어떻게 적용했는지는 설명해도, 그 기술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하다는게 내가 정말 무논리구나 싶었습니다.

돌아보면 제 답변들은 이렇게 적용을 해봤으니, 해당 기술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처럼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지금도 쥐구멍을 찾고싶네요.

스스로도 답변들이 한스러워 면접 끝에 성장에 대한 질문을 드렸습니다. 공통적인 답변으로 "기술 글을 작성해보면 좋을 것 같다" 가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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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기에, 알고만 있었으나. 이제는 더 이상 늦으면 안될 것 같아 작성을 해야만하는 스스로에 대한 사명감을 찾아 첫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힘들고, 귀찮아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최소한 그 때 다시 돌아와 이 글을 보며 한걸음씩만이라도 더 나아가기 위해 자문자답 Q&A 를 남겨봅니다.

아래의 Q&A 는 추가 깨달음과,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 있을 때마다 추가될 수 있습니다.




  • Q1 : 왜 꼭 글로 작성해야하나요?

    • 기억은 휘발성이 매우 강합니다.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기록을 남겨야만 합니다. 그리고 제가 얻고자 하는건 기록을 남기는 과정에 있습니다.
    • 어떠한 단어가 더 적절한지, 그 단어를 이해하고 사용하고 있는지, 누군가는 다르게 생각하지 않을지. 그 과정 속에서 그 단어를 다시 찾아보고, 더 깊게 이해하고 나의 생각을 더 촘촘하게 이어감에 자연스러운 깊은 고민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게 주제가 기술이 된다면, 기술에 대한 자연스러운 학습이 따라오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 Q2 : 지식은 AI 와 검색을 통해 공부하면 금방 채울 수 있지 않아요?

    • 맞습니다. 발전하는 AI 덕에 러닝 커브가 굉장히 낮아지고 있음에 동의합니다. 정말 몇년 지나면 제가 개발자로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 AI 가 발달함에 따라 더 쉽게 배울 수 있기에, 기회가 될 때 더더욱 많은 것들을 깊게 이해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해의 결과물을 글로써 기록을 남겨놓는다가 핵심이 될 것 같네요.
    • 나의 이런 이해와 생각들이 그물 처럼 연결이 되어 더 빠르고, 더 넓은 선택과 이해를 할 수 있게 만들어 두고 싶습니다. 이러한 학습과 방향은 제가 언젠가 개발자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갖게되더라도, 깊이 있게 성장할 수 있는 나로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 Q3 : 너무 보여주기식 같습니다. 본질이 흐려지는거 아닙니까?

    • 누군가가 볼 수 있다는게 더 많은 고민과 생각을 만듭니다. 그리고 이 고민 때문에 차일피일 미룬다면 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이 블로그 글의 본질은 이해와 글쓰기에 있지, 누군가 읽을 수 있다는 그 다음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이해와 글이라는 생각으로 빠르게 작성해나갈 예정입니다.


@빙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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